의정부변호사 이기헌 민주당 의원, 용혜인 후보에 “국민 마음 읽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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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반대 여론이 70%가 넘는데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10여일만에 처음으로 설명드린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살펴봐주시리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국민만 믿고 의정 활동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국민만 믿고 필요한 부분을 차분하게 설명해가겠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논란 관련 ‘장관 후보자에게 법 이상의 기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제 정치적 결정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무겁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와 소통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용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40여분동안 의원직 겸직 결정과 기본소득당 사당화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검증 보도에 대해선 “해명이 실리지 않는 보도가 이어졌다”며 “언론인들은 이성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용 후보자의 입장 표명 이후 여당 의원들은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된다”며 “정말 억울하더라도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것이 부족하면 자리도 내놓는 각오가 있어야 공직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용 의원의 모습은 국민에게 ‘내가 화가 많이 났다’고 자기주장만 한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초선 의원은 “여론을 무시하고 자기 소신을 저렇게 중시하는 모습이 걱정스럽다”며 “(임명이든 지명 철회든)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하든 욕을 먹을 테니 후보자 본인이 여론대로 처신을 해주면 좋을 텐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불신·불만·불안의 ‘삼불사회’ 한국‘에이전틱·피지컬 AI’ 거대한 파도개인·조직·노동과 돌봄 현장 위협AI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부를 수도
실리콘밸리의 ‘시장 만능주의’와중 ‘국가 통제’, 브뤼셀 ‘규범적 규제’우리는 어느 것 베껴올지 저울질만
제조·플랫폼·반도체 역량 보유에도빨리 늙어가는 한국, 해답도 달라야안전·응집·포용·역능을 좌표 삼아인간 존엄 지키는 ‘품격 사회’ 도약을
지금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담론은 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한편에는 AI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인구 절벽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는 장밋빛 낙관이, 다른 한편에는 이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면 국가의 미래가 끝난다는 비장한 위기론이 자리 잡고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처럼 들리지만, 두 담론은 실은 동일한 전제 위에 서 있다. AI라는 기술을 절대적 ‘독립변수’로 상정하고, 사회는 그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무력한 ‘종속변수’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유의 틀에 갇히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는 것뿐이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은 사라져버린다.
기술은 결코 사회를 초월하지 못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특정한 제도적 맥락 안에서만 고유한 형태로 구현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역학조사지원시스템’이 이를 웅변한다. 사실 2014년에도 방대한 데이터와 감염 농장의 위치를 지도 위에 찍어낼 기술력은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없었다. 메르스라는 쓰라린 방역 실패를 겪은 뒤에야 법이 개정되었고, 부처 간 통신 장벽이 허물어졌으며, 데이터 규격이 표준화되었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었고, 공공의 폐쇄망 원칙이 극복되었다. 이런 ‘제도적 진화’가 축적된 후에야 비로소 K방역 시스템이 태어날 수 있었다. 같은 기술이라도 어떤 제도와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AI는 마법 엔진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사회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자, 이미 작동하고 있던 구조적 모순을 증폭시키는 확성기에 가깝다. AI는 인간이 만든 기존의 편견과 억압적 구조까지 그대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영역에서 AI가 일으키는 문제는, 그 영역이 원래 앓고 있던 병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거울 앞에 선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한국 현대사는 세 번에 걸쳐 뼈대를 바꿔왔다. 1970~1980년대는 ‘닫힌 위계 사회’였다. 숨 막히는 체제였지만, 그 줄에 서서 버티면 다음 칸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성장의 믿음만은 살아 있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십여년은 ‘열린 개방 사회’였다. 억압적 위계가 헐거워졌고, 규칙이 투명하게 공개되었으며, 누구든 노력하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의 감각이 퍼졌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가 이 흐름을 급격히 무너뜨렸다. 그 뒤 한국은 ‘승자독식 균열 사회’로 재편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깊은 크레바스가 생겨났다. 균열 사회의 진정한 비극은 빈부 격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격차를 건너갈 사다리마저 붕괴했다는 데 있다.
이는 한국을 불신·불만·불안의 ‘삼불(三不) 사회’로 몰아넣었다.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고용과 대책 없는 노후가 불안을 낳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뀌지 않는다는 박탈감이 불만으로 쌓인다. 이 불만은 제도 불신으로 번지고, 팽배한 불신은 시민 간의 연대를 무너뜨려 다시 불안을 가중시키는 강화 회로를 돌린다. 무서운 점은, AI가 이 회로의 마디마다 달라붙어 붕괴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이 조작되고 합성된 얼굴이 사실의 바닥을 허무는 순간,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간다.
특히 ‘불신’의 영역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한국 사회를 병들게 했던 고질병은 규칙이 은밀히 작동하는 ‘음성성’, 학연과 지연, 청탁의 카르텔이었다. 전통적 연줄은 분명히 줄었다. 그러나 그 빈자리에는 노출 순위, 배차 로직, 수수료 산식, 정산 규칙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알고리즘적 음성성’이 자리 잡았다. 불투명성을 조장하는 주체가 연줄에서 차가운 알고리즘으로 옮겨갔을 뿐, 소수만이 이익을 통제하는 본질적 기능은 그대로다. 규칙은 사전에 공표되지 않으며, 누군가 피해를 입고 분쟁이 벌어졌을 때만 파편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음성성은 플랫폼 노동자의 배차와 수수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복지 수급 심사 기준, 신용을 등급으로 환산하는 모형, 법정에 놓이는 위험도 예측치가 모두 같은 구조를 공유한다. 대응 방식마저 과거를 닮아, 인맥 관리에 쏟던 자원을 이제는 알고리즘 최적화에 사활을 걸고 지출하게 되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전통적 재난과 현대적 재난이 중첩된 ‘이중위험사회’였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세월호 비극은 우연한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속도전과 압축성장이 남긴 왜곡된 시스템 구조가 잉태한 ‘숙성형 재난’이었다. 거기에 찰스 페로가 경고했듯, 복잡하고 긴밀하게 결합된 시스템에서 사고는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정상(normal)’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AI는 그 위험을 극대화한다. 수십억개의 자율 에이전트가 인간의 개입 없이 서로를 위임하고 호출하는 체계는, 인류가 지금껏 쌓아 올린 그 어떤 것보다 촘촘하게 엮인 시스템이다. 오류는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지만, 그 위험을 수습하고 책임지는 일은 오롯이 아날로그적 수동으로 남는다. 이 거대한 불일치가 바로 ‘조직화된 무책임성’이다. 오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판결을 보조한 모형의 편향은 누가 지는가, 사람의 손을 떠난 무기가 방아쇠를 당겼을 때 불러올 죽음은 누구의 몫인가. 모두 같은 질문의 다른 얼굴이다. 그러나 양적 투입은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제도의 질은 최하위인 ‘고투입 저효율’의 덫은 여기서도 되풀이된다.
여기에 우리가 자주 잊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AI는 추상이 아니라 거대한 전력과 물을 먹는 물질적 인프라라는 사실이다. 데이터센터가 빨아들이는 전기와 냉각수는 탄소중립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그 부담은 대개 발전소와 송전탑을 떠안은 지역에 전가된다. 균열 사회의 크레바스는 디지털 위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국토와 자원의 배분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더욱 무서운 것은 우리를 덮치는 변화가 단일한 파도가 아니란 점이다. 크기도, 속도도, 타격 지점도 전혀 다른 세 개의 파도가 연달아 밀려온다.
첫째는 가장 깊숙한 개인 수준의 파도다. 특히 가치관을 형성하는 청소년들에게, 막막함을 견디고 엉뚱한 경로를 헤매다 스스로 오류를 깨닫는 지난한 과정은 낭비가 아니라 인지가 빚어지는 본질적 과정 그 자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고민하기보다 AI에게 먼저 묻고, 가치 판단의 근거마저 AI의 논리를 받아 적는다. 사고를 외주화할수록 인지 능력은 퇴화한다.
둘째 파도는 조직 층위에서 들이닥친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AI’는 대학과 기업의 업무 단위를 해체한다. 문제는 신입 사원이나 젊은 연구원들이 바로 그 ‘귀찮고 비효율적인’ 작업을 반복하며 조직의 노하우와 암묵지를 스펀지처럼 흡수해왔다는 점이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훈련 과정을 자동화해 버리면, 비용은 아낄지 몰라도 세대를 거쳐 쌓아 올리는 지식 생태계는 근본부터 붕괴한다. 사다리 아랫단을 스스로 톱으로 썰어 버리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셋째 파도는 가장 늦게 오지만 가장 잔혹하게 온다. 로봇의 팔과 바퀴를 단 ‘피지컬 AI’가 돌봄, 물류, 건설, 제조 현장을 덮치는 순간이다. 앞선 파도들이 화이트칼라를 흔들었다면 이 거대한 해일은 가장 대체하기 쉬운 취약한 노동부터 집어삼킨다. 혁신의 이익은 소수 자본에 블랙홀처럼 집중되고, 밀려난 일자리와 사회적 상처는 고스란히 노동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토록 위태로운데도 우리는 여전히 남의 미래를 훔쳐보며 조급증을 낸다. 실리콘밸리의 시장 만능주의, 베이징의 국가 통제, 브뤼셀의 규범적 규제 사이에서 어느 것을 베껴올지 저울질할 뿐이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과 토종 플랫폼, 반도체 제조 역량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처참한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을 짊어진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뿐이다. 조건이 철저히 다르다면, 해답 역시 온전히 우리만의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진단의 계기판이 너무 낡았다. 아마르티아 센이 경고했듯 국내총생산(GDP)은 성장의 과실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 닥쳐올 위기를 견뎌낼 맷집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는다. 계기판에는 초록불이 켜져 있는데 정작 배는 가라앉고 있는 형국이다. 성장만을 세는 사회에 AI를 도입하면, AI는 ‘측정되지 않는 가치’를 최적화의 비용으로 삼아 연대와 공정성을 갈아 넣으며 사회를 차갑게 재조립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좌표로 ‘품격’을 제안한다. 시민의 ‘안전’, 서로를 끈끈하게 묶는 ‘응집’,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 스스로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역능’이라는 네 가지 차원의 사회적 질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다만 이 네 좌표가 각 영역에서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선언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현장의 규칙과 제도를 하나씩 뜯어보아야 비로소 답이 나온다.
먼저 민주주의와 공론장이다. 여론 조작과 정보 생태계의 교란, AI가 써내는 뉴스와 딥페이크가 심화시키는 정치적 부족화를 넘어, 대의제를 넘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얼굴 인식과 예측 치안, AI 판사의 편향과 법적 책임의 귀속, 신용평가의 차별과 알고리즘 거래의 위험, 자율살상무기와 한반도의 군사적 위협,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전력과 물의 문제 역시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자살자는 늘어나는데, 정작 필요한 심리적 부검 데이터는 공유되지 않는다. 심각한 사일로 현상 때문이다. 진단 오류의 책임 소재, 의료 데이터의 사유화, 알고리즘에 통제되는 복지 심사의 차별도 문제다. 사람을 키우는 제도도 마찬가지다. AI 튜터와 교사 역할의 재정의, 평가 제도의 무력화,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과 학습 데이터의 무단 이용이 심각하다. 발로 뛰지 않는 뉴스룸과 학습 데이터를 빼앗긴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
이 서로 다른 영역의 이슈들은 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규칙은 공개되어 있는가,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밀려난 사람은 누구인가. 맹목적 기술 지상주의에 갇힌 채 “얼마나 빨리 갈 것인가”만을 외치는, 가치가 빠진 전환은 필연적으로 치명적인 표류로 끝날 것이다. 우리는 거울 속의 균열을 그대로 복제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보듬고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는 ‘AI 품격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십만 마력의 강력한 엔진을 달았더라도 불신과 불안으로 얼룩진 제도라는 녹슨 닻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속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우리의 배는 거센 폭풍우 속에서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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