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 없는 사람들끼리 적통 싸움, 아이고 참나···민주당은 매번 푸닥거리 후 다시 뭉쳐"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 홍보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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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통 없는 사람들끼리 적통 싸움, 아이고 참나···민주당은 매번 푸닥거리 후 다시 뭉쳐" [논설위원의 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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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링3
2026-08-29 00:16 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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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를 통해 김민석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일주일이 흘렀다. ‘모세의 홍해’처럼 ‘친명·친청’이 갈라져 정면충돌하면서 생긴 앙금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보인다. 집권 2년 차 여당의 전대치곤 이례적인 양상이었고, 그것도 하필 이재명 정부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며 첫 위기 조짐을 보이던 와중이었다.
여권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전대 이튿날인 지난 18일 여의도 김대중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실상 집권여당의 정치적 위치 잡기는 늘 어렵다. 당·청 일치에 매몰돼 당이 청와대 출장소로 변질되어서도, 당·청 분리가 여권 분열로 귀결되어서도 안 된다. 국정에 공동책임이 있지만 입법부의 한 축이기도 한 이중적 지위 때문이다.
문 전 의장 인터뷰는 전대 독법으로 시작해 이재명 정부 국정, 야당의 문제점과 한국 정치의 현재로 이어졌다. 문 전 의장은 유산 다툼을 방불케 한 ‘과거형 전대’엔 일침을 가하면서도 끊임없이 충돌과 화해를 거듭했던 민주당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이젠 승복과 화합의 시간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에겐 “늘 위기”라는 각오로 “걱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도 정부도 무엇보다 ‘국민’을 앞세우고 ‘미래’를 말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야당에도 해당되는 당부일 것이다. 문 전 의장은 “정치의 복원”을 한국 정치의 ‘결정적 과제’로 보았다.
- 아무래도 민주당 전당대회부터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석 대표 당선은 예상하셨습니까.
“그건 100%예요. 정청래 대표가 잘나고 못나고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 대표의 전체적인 선거 전략이 ‘현 대통령과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자처하더라고요. 무슨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결과적으로 하지하책을 썼어요.”
- 호남 민심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호남은 왜 그런 판단을 내렸을까요.
“그분들은 늘 전략적인 판단을 합니다. 딱 한 가지 이유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 지금 이재명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될 것이고, 총선과 이후의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1년 남짓 된 상황에서 대통령직 수행에 지장을 주는 파동이 여당에서 벌어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더군다나 지금 호남은 AI(인공지능) 본거지가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런 (메가프로젝트 같은) 기획은 결단을 내리기도 어렵고, 추진되기도 어려워요. ‘이게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있는데 정청래 전 대표가 불을 지른 겁니다. 정 전 대표는 1인1표제 도입을 성공시키면서 당원들이 전부 자기편이라고 착각했어요.”
- 전대 내내 친명·친청이 충돌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심리적 분당’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야당 시절부터 파란만장한 민주당 역사를 보면 그렇게 한번 푸닥거리를 하고 다시 하나로 뭉쳐가곤 했습니다. (정치적) 상대들이 여기서 큰 싸움이라도 벌어져 분당이 되거나 할 것으로 기대할지는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이에요. 주류·비주류 싸움은 아주 정상적인 겁니다. 그렇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점 찍듯 어떤 사람을 찍고, 당선되고 하는 건 민주 정당이 아니에요.”
- 정말 문제는 전혀 없었을까요. 지금도 감정적 충돌의 여진이 남은 듯합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미래 얘기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예요. 청년세대 발전에 관해서, 대한민국이 세계로 가는 길목에서 해야 할 일에 관해서 싸움을 해야 하는데 과거로 돌아갔어요. 김대중·노무현 시대는 우리들의 역사입니다. 서로 용서하기로 하고 합쳐서 지금까지 왔어요. 더 큰 싸움에서 이겼어요. 그랬는데 자기네들끼리 ‘옛날에 뭐 했어’로 다투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냔 말입니다.”
문 전 의장은 전대에서 벌어진 ‘적통 논쟁’ 이야기를 꺼내자 팔순 나이에도 언성을 높였다. “적통이 있는 이들이 한다면 모를까, 그 사람들이 무슨 적통이 있느냔 말이에요. 아이고 참나.”
- 민주당이 치열하게 싸워도 끝나면 또 화합하는 게 전통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 새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화하고, 인사로 보여줘야 해요. ‘40%·60%’ 얘기가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하신 겁니다. 주류는 무조건 비주류한테 40%의 배려를 해야 합니다. 당직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통합 대표로 성공하느냐 아니냐가 갈릴 겁니다. 자기 선거 때 고생한 이들만 쫙 데려다 (지도부를) 만들면 안 돼요. 더구나 친명 김용 후보가 탈락하고 친청계 세 명이 최고위원이 된 걸 명심해야 합니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게 하고,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라는 당원의 명령입니다.”
- 당·청관계가 전대의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김민석 대표 체제에서 당·청관계는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거라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경험을 한 사람이에요. 김대중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겸할 때 총재 비서실장이 김 대표입니다. 당·청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걸 잘 압니다. 이번에 총리 하면서 이 대통령을 모셔봤기 때문에 또 결이 같습니다. 사실 김 대통령이 김 대표를 ‘똑똑하고, 키워야 한다’고 많이 칭찬하셨어요. 근데 그때 제 눈에는 성이 안 차더라고요. 총기는 있으나 재승박덕한 사람은 아닌가,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최근에 깜짝 놀랐어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했더라고요. 김 대표를 둘러싼 적통 시비가 2002년 대선 시기 후단협에 들어가 탈당한 것에서 연유하는데, (당시) 정치인으로서는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18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어요.”
- 바람직한 당·청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민주당 역사를 보면 분리를 말한 경우도, 일치를 이야기한 경우도 다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당·청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어요. 노 대통령은 여당 총재를 겸하지 않았어요. 당직 임명권과 공천권 두 가지를 100% 놔버린 거죠. 그 이후로 그게 (민주당) 전통이 됐는데, 국민의힘 쪽은 정리가 안 된 채 그냥 왔습니다. 윤석열 같은 경우 관여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도, 마음에 안 들면 당대표를 ‘너는 안 돼’ 하며 전부 내쳤습니다. 제대로 임기를 다한 대표가 한 명도 없어요. 그게 먼 역사가 아니라 바로 지난 대통령 시절입니다.”
- 그래서 김민석 대표 체제에선 지나치게 당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청와대가 잘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대로 관철되면 안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훈련이 돼 있어요.”
- 그럼 김 대표가 지금 이건 꼭 대통령에게 직언해야 한다는 게 있다면 어떤 것들입니까.
“대통령 임기가 2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붙어요. 그 자신감이 오만으로 바뀔 수 있어요. 모든 정보가 최종적으로 대통령한테 몰려서 ‘나는 이미 그건 알고 있어’ 이렇게 돼버려요. 정보를 섭렵했다는 착각이 들면 오판이 나옵니다. 나중에는 ‘역사와 대화하겠다’는 오기로 변합니다. 그럴 때 여당 대표는 반드시 직언하고 경고해야 합니다. 여당 대표는 다음 선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그걸 대통령이 꼭 듣게 만들어야 합니다. 대통령과 싸우려 드는 것처럼 국민이 보기 시작하면 망하는 겁니다.”
- 직언할 것은 조용히 제대로 하라는 취지인 거네요.
“그렇습니다. 직언은 여당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모아 전달하는 겁니다. 당·청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고, 여당은 국정을 공동책임지는 사람들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 최근 구체적 정책과 관련해 여당 대표가 ‘민심이 이렇다’고 직언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있지만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부동산과 검찰개혁 두 가지를 콕 집어 물어봤다. ‘1주택 세제 강화 등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청와대가 민심과 좀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고 하자, 문 전 의장은 그제야 “거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야기를 풀었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이재명 정부에 대한 훈수가 아니라 정치적 고언으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듯했다. ‘직언은 조용히’라는 소신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어요. 특히 정당은 부분을 대표해야 합니다. 우리 당의 경우 중산층과 서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당 노선이고 방향입니다. 그게 흔들리면 안 됩니다. 근데 이상하게 싸움을 지금 벌이는 거예요. 비거주 1주택 과세 같은 경우는 과했다고 생각해요. 말인즉슨 틀린 건 아니지만 기존에 오래도록 이어져온 걸 하루아침에 바꾸거나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강행하면 큰 걸 잃어요. 직언은 이런 때 하는 겁니다.”
- 혹 이 대통령에게 그런 직언을 한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대통령한테 두 가지를 직접 얘기했어요. 첫 번째는 과하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지금 혁신하자는 건 맞지만 혁명하자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실적을 내야 합니다. 안보하고 경제를 잘해야 되는데 이 정부는 실적을 냅니다. 실용주의를 채택했고 어떤 게 국민한테 유리한가 봅니다.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근데 통합을 못하면 망하더라는 거예요. 통합은 곱셈이라는 말을 하곤 해요. 안보·경제를 잘해 100점을 맞아도 국민 통합에 실패하면 빵점이 됩니다. 반면 통합만 잘하면 30점만 돼도 30배 역할을 합니다.”
- 그 관점에서 보면 여당이 더 문제입니다만, 검찰의 보완수사권 박탈도 민심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검수완박에 대해선 여당 대표가 민심을 잘못 읽었다고 생각해요. 극성 당원이나 적극 지지자들 의견이 국민의 의사는 아니에요. 거기에 빠지면 죽도 밥도 안 돼요. 반대를 무릅쓰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해냈다는 건 해낸 게 아닙니다. 검찰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엔 국민적 합의가 있습니다. 근데 그 말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국민 인권보호 차원에서 경찰도 검찰도 자기 할 몫을 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모든 걸 뺏어야 된다거나 위상을 확 죽이는 걸 생각한다면 그건 진짜 복수입니다. 고칠 건 고쳐야 됩니다. 당대표가 지금 해줘야 됩니다.”
- 이재명 정부가 중대한 시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지율을 보면 처음으로 위기 국면이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위기 국면이라고 늘 생각해야 해요. 집권자에겐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지금 위기다’라는 데서 매일매일 출발해야 해요.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게 아닙니다. 위기다 아니다라는 판단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 그렇다 해도 지지율이 국정 동력을 좀 걱정해야 할 수준까지 떨어진 건 사실 아닐까요.
“전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기본 기조에 있어서 이 대통령이 옳은 방향을 잡았어요. 뭐가 문제인가 핵심을 짚고 그에 따른 대안을 바로 내고, 실적을 내기 위해 강조하는 건 나쁠 게 없어요. 이제 1년입니다. 여기서 흔들려 갖고 주춤주춤하면 게도 구럭도 다 잃게 됩니다.”
- 지금 지지율 위기가 이재명 정부 실책 때문은 아니라고 보시는 거네요.
“사실 그런 게 대부분 속도 문제에서 옵니다. 타이밍을 맞춰야 돼요. 국정 방향은 옳게 잡았어도 국민과 함께 가려는 노력이 소홀하면 나중에 근본적으로 엎어지게 됩니다. 검찰도 그렇지만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국민들이 모르면 기다리고 설득하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 정부의 방향은 잘 잡았다고 하셨지만, 지지층 일부와 진보층에서는 대통령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건 오만입니다. 100m 높이 산이 있어요. 99m까지 올라가면 전망을 다 읽을 수가 있어요. ‘아 산맥이 계속 이어지는구나.’ 근데 정상에서는 99m와는 전혀 다른 걸 보게 됩니다.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의 시각이 생깁니다. ‘어 산맥 뒤엔 보니까 바다가 있네.’ 근데 99m에선 산만 보여요. 그러면서 대통령이 잘못 봤다고 소리를 질러요. 난 유시민이 과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정부 출범에 결정적이었어요. 진보적 지식인으로 선견지명이 있어요. 근데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 대목을 그 사람은 소홀히 하는 것 같아요.”
- 야당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권 원로로서 지금 국민의힘의 문제점을 뭘로 보시나요.
“야당이 어포지션 파티(Opposition Party·반대 정파)이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대표로 어떻게 했는지 봐야 합니다. ‘절대 장외로 나가면 안 된다. 6공화국은 민주공화국이니 의회를 살려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야당에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했어요. 그게 중국·러시아 수교, 남북 기본합의서입니다. 근데 지금 야당은 이상한 이들한테 가서 장외투쟁을 하고 있으니 말이 되는 상황인가요. 야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똑똑한 바보들 같아서 안타까워요. 기성 정치인들과 똑같이 선동적인 정치 싸움에만 매몰돼 있어요. 미래와 대안을 말하고 큰 꿈을 이야기하는 젊은 지도자가 나오길 바랍니다.”
- 어떻게 보면 방금 말씀하신 건 정치권 전반의 문제 같습니다.
“(정치가) 이분법으로 싸우는 데 너무 익숙해진 거예요. 여당이 됐는데도 야당식으로 싸우는 것만 합니다. 야당을 내란 잔당이라고 비판하면 미래가 있느냐 말이에요. 합의를 안 하고 일방적으로 법안들을 처리하면 그게 국민적 동의가 되겠어요. 상대방을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그래야 대화가 되고 타협이 되는 거예요. 그게 깨지면 ‘올 오어 나싱’(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을 하게 됩니다. 그건 동물이에요. 동물들은 싸워서 이기는 놈이 대장이잖아요. 지금 딱 대한민국 정치의 한 가지를 고쳐야 한다면 정치의 실종을 정치의 복원으로 바꾸는 겁니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없는 거예요.”
- 정치 문화가 악화하는 걸 막는 방안으로 개헌을 통한 제도 변화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개헌은 돼야 해요. 더 말할 것도 없어요. 근데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를 해야 개헌안이 통과됩니다. 개헌안을 문재인 정부도 냈고 이재명 정부도 냈어요. 근데 투표도 못했어요. 지금 여야가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이 잘 안되길 바라는 마음에 안 하는 거예요. 개헌도 대화와 타협의 기본 정치 질서가 회복되지 않는 한 안 됩니다.”
인터뷰가 끝에 가까워졌다. 그에게 정치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늘 얘기하지만 내 정치인생은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해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시던 날입니다. 아버지 산소에 갔어요. 아버지는 박정희 때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두 번이나 연임하셨어요. 나는 대학을 다닐 때인데 (아버지와) 영 안 맞았어요. 그래도 나를 (국회의원) 당선시키는 데 앞장서서, 당선시키는 날 돌아가셨어요. 기진맥진하신 거죠. 산소 앞에서 큰절을 하고 ‘아버지 내 말 맞았죠. 평화적 정권교체 됐죠’ 했어요. 그 순간 아버지하고 화해했어요. 막 통곡했어요. 그날 그 자리에서 ‘나는 이제 덤으로 산다’ 생각했습니다.”
- 이번에 적통 논쟁이나 파묘 논쟁도 있었습니다만, 김대중·노무현 두 분이 민주당과 국민에게 남긴 교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두 분 다 국민이 첫째예요.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는 말이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 마지막 부분이에요. 이분들은 그냥 국민을 온몸으로 생각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장외투쟁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상황이 아닐 때는 제도에 들어와서 대화하고 타협하려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인 겁니다. 근데 그걸 까먹고 서로가 적통 시비를 하고 있어요.”
문 전 의장에게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을 물었다. 후배 정치인들에 대한 당부로 맺었다.
“후배 정치인들이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지 말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에 힘써줬으면 싶어요.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말하는 정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지난 24일 오전 전남광주 곡성군 신기1구 마을회관 앞. ‘찾아가는 이동점빵’이라고 적힌 1t짜리 자동차가 멈춰 섰다. 차 뒤쪽에는 천막이 펼쳐지고 생필품과 과일, 유제품 등 200여개 품목이 진열됐다.
“마트에 가기 불편하신 분들, 필요한 생필품이나 먹거리가 있으신 분들은 어서 나와 둘러보세요.”
안내방송이 나오자 보행 보조기를 밀거나 지팡이를 짚은 주민 10여명이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진열대를 둘러보며 필요한 물건을 고르느라 바빴다. 계란 한 판을 고른 금순자씨(74)는 농어촌기본소득(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파란색 ‘곡성심청상품권’ 카드를 내밀었다. 금씨는 “동네에 점빵 하나 없응께 쓸 데가 마땅치 않았는디, 이렇게 찾아오니까 좋제. 자주 좀 왔으면 좋겄어”라고 말했다.
이동점빵은 상점이 부족한 마을을 찾아가 생필품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가게다. 한국자활복지개발원 공모사업으로 사업비 3000만원을 지원받았으며 곡성지역자활센터가 지난 6월1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점빵’은 가게로 쓰는 방을 뜻하는 점방을 소리나는 대로 쓴 것으로, 곡성군이 농촌에서 익숙한 표현을 사업명에 담았다. 주민들은 현금이나 일반 카드, 기본소득 등으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
사업은 기본소득 사용처가 부족한 농촌 현실에서 출발했다. 곡성군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지난 3월부터 주민 1명당 매달 1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는 초고령 지역인 데다 넓은 면적에 마을이 흩어져 있어 생활권 안에서 소비하기 어려운 구조다.
군 주민 2만7000여명 가운데 8000여명만 읍에 살고, 나머지는 10개 면 지역에 흩어져 있다. 기본소득의 경우 읍 주민은 읍에서, 면 주민은 읍을 제외한 면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면 지역에는 이용할 만한 가게가 많지 않다. 규모가 큰 마트가 있는 곳도 2개 면뿐이다. 다른 면까지 차로 30~40분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신기 1구도 읍 중심지에서 5.5㎞가량 떨어져 있고 버스는 하루에 4번 다닌다. 1~2개월에 한 번꼴로 마을을 찾던 만물상도 올해 상반기 이후 발길이 끊겼다. 주민들이 이동점빵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동점빵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전·오후, 하루 2개 마을을 정해 찾아가며 주민들의 소비 불편을 덜고 있다. 계란·두부·우유·과일 등 신선식품도 판매한다. 도매업체에서 직접 물품을 공급받아 가격 부담도 낮췄다. 원하는 품목을 미리 주문하면 다음 방문 때 받을 수도 있다.
곡성지역자활센터 참여자 3명이 운영을 맡고 있는데 물건 구입부터 진열·판매·결제까지 담당한다. 월 매출은 평균 600만원 안팎. 판매 수익은 운영비와 참여자 인건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곡성군은 기본소득 가맹점을 확대하는 한편 사용처가 부족한 마을을 대상으로 이동점빵을 운영하며 이용 편의를 높이면서 사용 방법을 알리고 있다. 곡성군 기본소득 사용률은 지난 4월 86%에서 올해 7월 90% 수준으로 상승했다.
과제도 있다. 현재 차 1대로 마을을 돌다보니 같은 마을을 다시 방문하기까지 최소 일주일에서 보름 이상 걸린다. 곡성군과 자활센터는 판매 공간과 냉장 기능, 진열 공간을 갖춘 차량으로 개선하고 차량 추가 도입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인한 가파른 성장세가 중동전쟁으로 높아진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을 우려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주기) 진입 뒤 곧장 ‘백투백 인상’이 이뤄진 건 처음이다. 선제 대응으로 물가 오름세 확산을 조기 진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통화 당국 의지가 담긴 결정으로 본다. 다만 기준금리가 1년6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만큼 취약계층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연속 인상은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였고, 그만큼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이례적 결정은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이번에 호미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한은이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해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뒤늦게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했다. 연준의 오판으로 당시 미국 시민들은 고물가에 이어 대출금리 급등까지 겪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결정에는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올해·내년 모두 목표 수준(2%)을 웃도는 2.5%로 전망된 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는 대신 기업·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을 키운다. 특히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다. 향후 6개월 내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도 부담 요인이다. 신 총재는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이 3%를 웃돌 것으로 관측되지만 반도체 호황에 기댄 성장세라 민생 양극화의 골은 되레 깊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취약차주에 대한 핀셋 지원과 채무 조정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금리 인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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