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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학교폭력변호사 황후를 유혹한 ‘죽음’ vs 400년 사랑한 ‘불멸’···가을 뮤지컬 ‘다크 로맨스’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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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링3
2026-09-04 23:41 4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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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학교폭력변호사 올가을 뮤지컬 무대에서 강력한 ‘다크 로맨스’ 대작이 맞붙는다.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드라큘라>가 개막한 데 이어 블루스퀘어에서 <엘리자벳>이 막을 올리면서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장수 흥행작으로, 탄탄한 팬덤을 지닌 두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비슷한 시기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작품은 19세기 유럽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짙은 고딕 미학과 화려한 낭만주의를 무대에 펼쳤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초현실적 존재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사랑과 파멸을 풀어내는 궤적은 다르다. <엘리자벳>이 황실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황후가 ‘죽음’의 유혹에 맞서다 자유를 찾는 여정이라면, <드라큘라>는 400년간 죽지 못한 남자가 영생의 저주를 끝내고 사랑을 완성하려는 핏빛 순애보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실존 인물인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후 엘리자벳의 일생을 기반으로 과감한 상상력을 보탠 작품이다. 화려한 황실 생활 이면에 감춰진 엘리자벳의 고독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매혹적인 존재로 의인화된 ‘죽음’(토드)과의 위태로운 관계를 통해 풀어낸다.
역사적 사실과 판타지적 상상력을 결합한 이 작품은, 억압적인 삶에서 벗어나려는 엘리자벳과 ‘죽음’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서사의 중심축을 이룬다. 어린 시절 처음 마주한 ‘죽음’은 평생 그림자처럼 엘리자벳의 곁을 맴돌며 그를 유혹하고, 엘리자벳은 이를 거부하면서도 점차 ‘죽음’이 약속하는 자유에 이끌린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한 <엘리자벳>은 <레베카>와 <모차르트!> 등을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대표작이다. 한국에서는 2012년 처음 공연됐다.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은 무대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9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화려함과 암울한 시대상을 구현한 회전 무대와 중앙이 솟아오르는 무대 장치, 거대한 죽음의 다리 등 기존의 웅장한 연출은 유지하면서 초상화와 무대 디자인, 배경 영상 등을 새롭게 손봤다. 이전 시즌이 화려한 기둥과 장식으로 황실의 위엄을 부각했다면, 이번에는 철창과 가시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을 곳곳에 배치해 억압받는 엘리자벳의 심리를 보다 직관적으로 시각화했다.
클래식부터 록까지 넘나드는 음악은 작품의 백미다. 황실의 굴레에 맞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엘리자벳의 의지를 폭발시키는 ‘나는 나만의 것’은 한 번쯤 들어봤을 대표 넘버다. 비운의 황태자 루돌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듀엣 ‘그림자는 길어지고’, 민중의 분노가 터져 나오는 ‘밀크’, 암살자 루케니가 황후를 둘러싼 허상을 조롱하는 ‘키치’ 등 명곡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엘리자벳 역에 린아·이지혜·이지수, ‘죽음’ 역에는 카이·서경수·고은성이 캐스팅됐다. 세 명의 ‘죽음’이 모두 이번 시즌 처음 합류해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 초연 때부터 ‘죽음’을 연기한 김준수와 새로운 엘리자벳 박지연이 합류한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가 1897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 여인만을 생각한 드라큘라 백작의 애절한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다. 오랜 세월 끝에 다시 만난 사랑을 되찾으려는 드라큘라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는 여주인공 미나의 로맨스,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둘러싼 서스펜스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드라큘라에게 영생은 축복이 아니라 끝없는 상실을 반복해야 하는 형벌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은 이 비극적 운명을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젊음을 되찾은 드라큘라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Fresh Blood’, 미나를 향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Loving You Keeps Me Alive’, 뱀파이어의 세계를 강렬하게 펼쳐내는 ‘Life After Life’ 등이 대표 넘버다.
웅장하면서도 관능적인 세계를 눈앞에 펼쳐놓은 무대는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한국 프로덕션은 2014년 초연 당시 대본과 음악을 제외한 무대와 의상 등을 새롭게 창작한 ‘논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제작됐다. 무대를 감싼 붉은 조명 아래 4중 회전 턴테이블과 거대한 기둥 장치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트란실바니아의 고성부터 안개 낀 런던의 기차역, 음산한 정신병원과 고풍스러운 저택까지 관객을 단숨에 이동시킨다.
이번 시즌 드라큘라 역에는 신성록·김준수·전동석·고은성, 미나 역에는 조정은·박지연·김환희가 캐스팅됐다.
두 작품을 잇는 연결고리가 또 있다. 이번 시즌 초반 <드라큘라>에서 새로 합류한 고은성은 약 한 달간 드라큘라로 무대에 선 뒤 <엘리자벳>의 ‘죽음’ 역으로 무대를 옮겼다. 죽지 못하는 불멸의 존재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초월적 죽음으로 변신한 셈이다. 김준수 역시 <엘리자벳>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 배우가 그려내는 서로 다른 죽음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 7월10일 막을 올린 <드라큘라>는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10월18일까지, <엘리자벳>은 지난달 16일 첫 무대를 선보인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1.
박완서의 오래된 장편 하나가 우울한 날들 속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3)라는 소설이다. 출간 당시에 읽었던 책인데도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박완서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훌륭한 작가다. 하지만 내게 이 소설은 박완서의 대표작이 아닐뿐더러, 줄거리조차 희미해졌을 만큼 중요한 책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40여년 전의 소설을 읽는 일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성장과 성숙 사이의 선연한 윤리적 경계가 보였던 탓이다.
2.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한국전쟁 때 헤어진 이산가족 이야기이다. 1951년 1월에 시작된 이야기니 물경 75년 전의 일이다. 전쟁 통에 헤어진 자매의 서로 다른 삶의 역정을 바탕으로, 전쟁의 혼란 속에서 여동생의 손을 놓아버린 한 여성의 복잡한 심경에 소설의 초점이 맞춰진다.
책이 출간된 1983년은 대한민국 사회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벌어졌던 때이다.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6월30일부터 11월14일까지 총 138일간 KBS TV를 통해 방송되었다. 하루 일정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으나, 신청 폭주로 4개월 넘게 지속된 공전절후의 생방송이 되었다. 10만여건의 신청 중 실제 상봉이 이루어진 것은 1만여건이었고, TV 화면으로 중계되는 살아 있는 드라마가 온 나라를 감동으로 이끌었다. 2015년, 이 방송 기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완서의 소설은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여름의 감동과는 무관한 작품이다. 소설이 연재된 것은 한 해 전인 1982년의 일이고, 책이 출간된 시점에 저 뜨거운 사건이 터져나온 것은 우연에 불과했다. 앞당겨 말하자면, 이런 우발성이야말로 박완서라는 작가가 얼마나 예민하게 시대정신과 조응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주체 되기의 정서적 첫 단계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게다가 소설의 내용을 지배하는 정서는 민족 드라마의 감동이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역설적 냉정함이다. 차가움이 지나쳐 격렬하고 뜨겁기조차 하다. 이산가족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다시 찾으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애를 써서 가족 간의 상봉을 회피하는 이야기, 잃은 가족을 찾았으면서도 혈육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차갑고 위선적이어서 비인간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이런 서사가 어떻게 시대정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가.
3.
소설 전면에 부각되어 있는 것은 1960~1970년대 젊은 여성들의 삶이다. 언제나 그렇듯 연애와 결혼이 문제가 된다. 분단과 이산의 특이한 운명이 바탕에 깔려 있으나, 정작 문제적인 것은 이를 통해 환기되는 죄의식과 부끄러움, 우리 역사가 감당해야 할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처리하는 정서적 방식이다.
주인공 자매가 헤어진 것은 1·4후퇴 때의 일로, 일곱 살 난 언니 수지가 다섯 살 난 동생 오목이를 버렸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자기 몫을 빼앗아 먹는 동생이 귀찮고 못마땅해서, 피란민들의 행렬 속에 동생을 버렸다는 것이 사태의 진상이다.
뒤이어지는 이야기는 한술 더 뜬다. 수지는 든든한 외가와 오빠 덕에 잘난 남자와 결혼해서 양가의 부인으로 살아가고, 버림받은 동생 오목이는 고아원에서 성장한 후 험난한 역정 끝에 불우한 죽음을 맞는다. 이 소설 설정의 특이함은 이런 대조가 아니라, 수지가 이산 이후에도 동생의 삶을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점에 있다. 자기 동생이 어느 고아원에 수용되어 있는 줄 알았고 심지어 후원자를 자처했다. 그랬으면서도 어른들에게 알려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동생의 삶에 부정적으로 개입해 오히려 불행한 쪽으로 몰아가기조차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언니가 그럴 수 있을까.
이 질문이 겨냥하는 지점이야말로, 작가 박완서가 시대정신과 조우함으로써 만들어낸 텍스트의 증상에 해당한다. 단순히 한 개인이나 인물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한 시대가 감당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문제는, 국권 상실, 빈곤, 정치적 미성숙과 함께, 지난 백년 우리 공동체가 감당해야 했던 네 트라우마에 해당한다. 이 상처들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나. 최고의 처방은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멋진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책임지는 주체여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설정의 특이함은 납득할 만한 여지가 생긴다. 요컨대 이 일그러진 소설을 통해 박완서는 시대정신과 함께 전쟁의 참화를 주체화하는 중인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분단과 전쟁이 모든 것을 망쳤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스스로를 수동적인 위치로 몰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꾸로 말해야 한다. 전쟁 중에 우리 모두는 나름의 방식으로 나쁜 짓을 했다.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다. 우리 모두 짐승의 시간을 살았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어야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주체가 된다. 참회와 책임의 영역이 생겨난다.
박완서는 수지의 시선을 통해 말한다. “난리통의 모든 사람들은 공모자였다. 인두겁을 쓴 짐승이었다.” 동생을 버린 수지만이 아니라 여덟 살 많은 오빠 수철도 마찬가지였다. “수철이는 부끄러웠다. 목이가 도망친 게 시원한 자신이 부끄러웠고, 목이가 오목인 걸 알면서도 찾지 않은 이기심이 부끄러웠고, 서푼짜리 자선으로 세상의 눈을 속이려 했던 더러운 마음이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이들이 술회하는 부끄러움은 주체 되기의 첫 단계로서, 성장 시대의 주체가 감당해야 할 윤리적 몫이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마지막 구절이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인 것도 같은 차원이다. 전쟁이 고통스러운 것은 난데없는 횡액이나 숙명 같은 것이라서가 아니다. 폭탄처럼 터져나온 속물근성과 생존본능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어째야 하는가. 당연히 뉘우침이 있어야 할 것이고, 전비와 다른 방향으로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부끄러움의 주체들은 여전히 부끄러운 짓을 향해 간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랑의 약속을 거짓 맹세로 만들고, 우정과 의리를 접어둔 채 출세와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힘과 꾀와 거짓을 동원하여, 책임이 아니라 책임 회피를 향해 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장 시대 주체의 모습이거니와, 부끄러움이라는 안전판이 없었다면 그대로 괴물이 되었을 것이다.
4.
성장 시대의 주체에게 부끄러움은 외면의 대상이지만, 부끄러움과 마주서는 순간 성숙 시대의 주체가 생겨난다. 이 전환에는 부끄러움을 뒤에 남기지 않겠다는 결의가 깃들어 있다. 성장 시대의 주체는 짐승의 시간 속에서 허우적거리지만, 인간의 시간 속에서 작은 공동체의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성숙 시대의 주체이다. 박완서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그 경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그러진 모습의 이 소설이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안팎의 일들로 강력한 도파민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 43년 전에 활판으로 인쇄된 낡은 책 한 권이 위안이었다. 먼지 먹은 책을 한줄 한줄 읽어가는 체험이 내 마음을 다스려주었다. 조급성과 속물근성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던 탓이겠다.
성장과 성숙 사이에 존재하는 부끄러움은 특이한 덕목이다. 효제충신예의염치(孝弟忠信禮義廉恥)의 8덕에서 마지막에 위치해 있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다른 일곱은 있어야 좋을 긍정적 미덕인데, 부끄러움만이 없어져야 할 부정적 미덕이다. 한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지만 없어지면 심각해지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는 신이거나 좀비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을 넘어서면 괴물이 된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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